열성과 우성? 돌연변이? 대머리?
인간 유전의 모든 것 A to Z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은 곧 유전을 의미합니다. ‘유전’하면 멘델의 완두콩 실험을 통해 밝혀낸 유전법칙을 생각하지만, 사람의 유전이란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연구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전을 결정하는 윤전물질이 디옥시리보핵산(DNA)임에 틀림이 없으며, 그 옛날 멘델 시절에는 불행히도 이 물질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우성(優性)과 열성(劣性)
머리카락은 곱슬머리가 반곱슬머리보다 우성(優性)이고 또 반 곱슬머리가 곧은 머리보다 우성입니다. 키가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우성이고, 쌍커풀이 외꺼풀보다 우성입니다. 우성이라는 것은 그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인자가 우세하다는 뜻으로 그것의 대립인자는 열성(劣性)이 됩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는 여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외꺼풀인 남자와 결혼하였을 때 자식들의 눈꺼풀은 외꺼풀일까 쌍커풀일까 하는 문제도 유전법칙을 이해하면 쉽게 풀립니다. 쌍꺼풀 수술을 한다고 유전인자까지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다음의 쥐 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쥐꼬리 자르기를 21대(代)에 걸쳐 계속하여도 태어난 쥐는 모두 꼬리를 달고 나왔다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이런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자손손 그 형질이 대물림되는 것은 오직 유전물질인 핵산(DNA)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돌연변이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비정상 유전물질이 만들어져서 대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인 이상을 돌연변이라고 하는데, 이런 악성인자는 대부분이 열성이라 잠재되어 있으나 근친결혼 등으로 열성인자끼리 만나면 쉽게 발현됩니다. 여기에 그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합니다.
A인자는 정상 우성인자이고 a인자는 멜라닌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열성인자라고 할 때, 열성인자가 잠재되어 있는 Aa인자를 가진 사람끼리(아무래도 가까운 집안에 a인자가 들어 있을 확률이 높음) 결혼을 하면 ‘Aa×Aa → AA·2Aa·aa’로 분리되어 aa인자를 가진 자식이 나옵니다. 이 아이는 두 인자가 모두 멜라닌색소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살갗이나 털(온몸 또는 몸의 일부분)이 하얗게 되는 백색증(albinism)이 생기게 됩니다. 동물도 흰 토끼, 흰 제비, 흰 참새, 흰 말, 흰 뱀 등이 생겨나는데 이는 모두 세포 속에서 색소를 만드는 유전인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을 병적 증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로 분해하는 ADH 효소, 또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 효소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런 사람은 술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인자가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으며, 따라서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술이 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방향으로 진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상세포빈혈증(sickle cell anemia)은 적혈구가 둥글지 못하고 낫 모양이기 때문에 그 속에 헤모글로빈이 생기지 못해 심한 빈혈증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이것도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생기는 병입니다.
이런 유전자의 돌연변이 외에도 염색체의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병적 증상도 많습니다. 다운증후군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의 상염색체는 45개로(주로 18번이나 21번 염색체가 3개임), 이 45개의 상염색체와 성염색체 XX(XY)를 합치면 2b=45+XX(XY)가 되어 보통 사람보다 한 개 더 많은 47개가 됩니다. 다운증후군인 사람은 얼굴이 납작한 편이고 지능이 낮습니다. 또한 귀가 매우 크고 뼈의 발육이 잘 되지 않으며 남자는 불임(不姙)입니다. 다운증후군이 태어날 가능성은 산모가 20세 때 1500분의 1인 반면 40세에는 60분의 1이나 된다고 합니다.
상염색체가 많거나 적은 것도 문제가 되지만 성염색체의 이상도 비정상아를 만듭니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은 2b=44+XXY=47개로, 보통 사람보다 X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남자입니다. 이 클라인펠터증후군인 남자는 정신박약이며, 키와 유방이 매우 큽니다. 또 생식기(고환)까지 작아 남성호르몬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털이 적거나 성행위도 할 수 없는 불임입니다. 500명의 아이 가운데 한 명 꼴로 태어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유전과 대머리
대머리는 성(性)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형질로, 이런 유전을 종성유전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대머리 인자가 하나만 있어도 대머리가 되지만, 여자는 두 대립 인자가 모두 대머리 인자를 가질 때에만 대머리가 됩니다. 그래서 여자는 대머리가 아주 드뭅니다. 옛날에는 대머리인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 가운데에도 대머리가 많은 것을 보면, 대머리도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양상태가 양호하여 유전자의 발현이 빨리 일어났기 때문인데, 옛날에 '부자병'이라 생각되던 당뇨병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원입니다. 물론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나 보기 드물던 병이 생겨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됩니다.
유전과 색맹
색맹(色盲, color blind)의 경우는 성염색체인 X염색체에 그 유전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색맹도 대머리와 마찬가지로 남자(XY)는 하나뿐이 X염색체에 색맹 인자가 들어 있으면 단박에 색맹이 되지만, 여자(XX)는 두 개의 X염색체 모두에 색맹인자가 들어 있을 때에만 색맹이 됩니다.
마무리
현대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하였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유전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윤리적 문제 등으로 그 한계가 있습니다. DNA를 모두 이해하고 완벽히 조작할 수 있다면 인간의 삶은 180도 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