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위대한 인간의 뇌
뇌에 대한 모든 것 A to Z
당신의 '마음'의 본체는 심장인가 뇌인가 하는 질문은 육신과 정신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두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뇌(brain)는 우리의 감성과 이성을 모두 지배하는 대뇌(cerebrum)를 말합니다. 대뇌는 몸무게의 2%(약1.5kg)에, 신문지 한 장의 면적밖에 되지 않는 표면적을 가졌지만, 이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딱딱한 두개골(skull) 속에 안전하게 들어 있으면서 허파에서 받아들인 산소의 20%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즉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생리기능이 다른 조직보다 자그마치 10배나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탄가스를 맡거나 독한 담배를 많이 피우면 산소 결핍으로 인해 뇌조직이 제일 먼저 손상을 입게 되는데, 뇌는 고열에도 약해서 노인이나 어린이의 몸에 열이 있으면 주의해야 합니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뉴런, neuron)는 그 개수가 무려 1000억 개나 된다고 하는데, 이것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그 많은 기능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생물은 물론이고 특히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몸무게에 대한 뇌 무게의 비중이 큽니다. 고래의 뇌 무게는 8kg이지만 몸무게의 2000분의 1이고, 코끼리도 5kg으로 2000분의 1인 비해, 사람의 뇌는 1.5kg으로 몸무게의 40분의 1 정도입니다.
대뇌의 면적은 전체 뇌의 약 8분의 7을 차지하며, 대뇌는 크게 대뇌피질과 변연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뇌피질은 뇌의 가장 밖ㅌ에 있고 그 안쪽 아래에 변연계가 대뇌피질에 싸여 있습니다. 계통발생학적으로 보면 대뇌피질보다 변연계가 훨씬 먼저 생겼다고 봅니다. 그래서 하등동물의 뇌는 대뇌피질보다 변연계가 더 우위를 차지하고 사람은 그 반대인 것이 특징입니다. 변연계는 주로 본능적인 행동과 정서, 학습과 기억 등 개나 고양이에게도 관찰되는 행동에 관여하는 중추인 반면, 대뇌피질부는 고도의 사색과 판단과 창조의 원산지인 것입니다. 전자가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며 본능위에 가까운 동물적 행동의 중추라면, 후자는 이성적이고 건전한 정신과 창조적 혼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또 전자가 생존을 위한 감각중추라면, 후자는 인간의 특성을 결정짓는 창조의 중추가 됩니다.
인간의 행동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주성(자극에 쏠리는 성질)이나 본능, 또는 반사 같은 것보다 주로 학습이나 지능에 의존합니다. 인간의 모든 특성과 마찬가지로 지능은 대물림되는데, 태어나면서 이미 대뇌에 지능이 박혀 나온다는 뜻입니다. 아무도 지능을 자로 재고 되로 헤아리듯 명확하게 분석, 평가하지는 못하지만 유전적인 것이 80% 이상이고 나머지는 후천적으로 결정된다고 봅니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고 창조력이 뛰어남을 말하는데, 선천적인 면에서 모계성이 부계성을 압도한다고 보면, 씨도 중요하지만 밭이 얼마나 자식의 머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측할 수 있습니다.
뇌의 모든 조직들은 신경세포의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첨단과학의 이름으로 인체를 포함한 자연의 비밀이 다 밝혀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뇌세포가 정확히 몇 개이며 어떤 것이 어떻게 그 기능을 발휘하는지 잘 모릅니다.
식물에는 신경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식물은 세포에 엽록체가 있어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사는 자가영양을 하므로 먹이를 찾아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어쩌면 이는 상당히 인위적인 해석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타가영양을 하는 동물은 생존을 위해 움직여야 했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경이 정보를 전달하여 근육을 이쪽 저쪽으로 빠르게 또는 느리게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종합상황실인 중추부가 있어야 했으니 그것이 바로 뇌입니다. 그래서 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움직이지 못하고 의식이 없는 사람을 '식물인간'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대뇌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감각령과 여러 상황을 종합하는 종합령, 각 기관에 명령을 내리는 운동령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감각령의 어느 부위가 몸의 어느 기관과 관련이 있는지 상당히 밝혀져 뇌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소 마취 후에 두개골을 열고 각 부위에 약한 전류가 흐르는 전극으로 자극을 주면 엄지손가락이 움직이는가 하면 눈을 깜박거리고,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아 이런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흥분의 전달 속도도 신경의 종류와 동물에 따라 다릅니다. 개구리의 경우 1초에 25m, 사람은 그보다 빨라 1초에 120m를 달린다니, 손가락이 뜨거운 물체에 닿았을 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손을 떼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뜨거움이라는 자극이 흥분으로 바뀌어 등골(척수)에 이르면 등골이 반사적으로(대뇌의 명령 없이 독자적으로)손과 발에 명령을 내려 근육을 수축, 이완시켜 손을 떼게 합니다. 이것이 등골반사입니다.
어떤 이는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사람의 뇌를 소우주라고 표현하였는데, 그것은 사람이 아직도 우주의 신비를 다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베일에 가려진 뇌신경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봅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뇌에 대한 모든 비밀을 다 알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