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어디에 있고 어떤 기능을 할까?
간의 위치와 기능
간을 '간장'이라고도 하는데 오장육부 가운데 가장 크고 하는 일도 가장 많은 기관입니다. '간' 하면 벌써 우리의 머릿속에서 간염, 간경화, 간암이 연상될 정도로 한국인의 높은 사망 원인이 되는 기관입니다. 간은 한 마디로 물질대사에 관여하는 '살아 생동하는 기관'으로, 심장 같은 박동이나 위와 같은 연동운동을 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간은 가로막(횡격막) 아래,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안전한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뒤로는 콩팥(신장), 옆 밑으로는 위와 샘창자(십이지장)가 있습니다. 무게는 약 1.5kg으로 대략 자기 체중의 50분의 1 정도 됩니다. 크게 보면 하나이지만 좌우 2엽으로 나뉘고 그 사이에 쓸개가 달려 있습니다. 건강할 때는 간이 만져지지 않지만, 간경화 등의 질환으로 간에 병환이 생기면 심호흡을 할 때 갈비뼈 밑으로 가로막이 간을 밀어내어 약간 만져진다고 합니다.
같이 하는 일은 보통 500가지가 넘는다고 하지만, 그 비밀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간의 기능 가운데 몇 가지를 아래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간은 물질대사가 주된 임무로, 위나 작은 창자에서 가수분해(소화)된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지방산, 수용성비타민, 무기염류 등은 일단 모두가 간문맥(창자와 간을 잇는 정맥)을 거쳐 여과장치인 간을 지나게 됩니다. 물론 몸에 해로운 독성물질도 간을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 각 물질의 대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탄수화물 대사
핏속에는 항상 0.1%의 혈당이 유지되어야 하고 특수한 병적증세가 아니면 신체는 그렇게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간문맥을 통해 들어온 포도당(glucose)의 60%는 이자에서 분비된 인슐린의 작용으로 글리코겐으로 변하여 간에 저장되고, 나머지 40%는 피(조직)로 보내져서 우리 몸의 각 조직에 전달됩니다. 음식을 먹지 않아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을 때는 저장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으로 보내지고, 글리코겐조차 없는 상황에서는 아미노산이나 지방산 또는 젖산이 포도당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간암으로 간이 포도당 대사를 할 수 없을 때는 콩팥이 그 역할을 대행한다고 하니 사람의 생명력은 참으로 끈질기다 하겠습니다.
2. 단백질 대사
혈당에 못지 않게 혈장단백질이 매우 중요한데, 작은창자에서 흡수된 아미노산은 간에 와서 단백질로 합성되고, 그 중에서도 중요한 알부민(albumin)이 만들어집니다. 혈장단백질은 혈장의 삼투압을 조절하여 부종을 예방합니다. 간에 병이 생기면 배에 복수가 차는데, 이것도 부종과 동일한 현상으로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낮아져서 조직의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다시 말하면, 보통 때에도 혈관과 조직 사이에는 물이 드나드는데, 간이 단백질 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혈관의 혈장단백질의 농도가 묽어져서 조직의 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배가 절구통 같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복수증이 있는 환자에게 알부민 주사를 놓아 피의 농도(삼투압)를 짙게 하여 조직의 물을 혈관으로 빼내고 배설케 합니다.
그리고 간에서는 단백질 대사로 생기는 독성물질인 암모니아를 오르니틴회로(ornithine cycle)라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무독한 요소(urea)로 만든 다음 물에 녹여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가스 상태인 암모니아는 특히 뇌신경에 독성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오르니틴회로에서는 암모니아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 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도 요소 합성의 재료로 이용하여 독성을 감소시킵니다. 이 이산환탄소는 세포 내의 TCA회로(Krebs cycle)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500여 종에 이르는 창자의 세균들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나오는 것이 흡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이 좋지 못한 사람이 단백질 섭취를 너무 과하게 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것은 오르니틴회로가 작동하는 데 힘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3. 지방 대사
간에서는 흡수된 지방산과 글리세린을 지방으로 재합성하기도 하고, 성호르몬의 기본물질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합성하기도 합니다. 또 당을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작용도 간에서 일어납니다. 우리 몸에서는 당이 지방으로, 지방이 당으로 서로 바뀔 수 있으며, 단백질이 당과 지방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이나 지방이 단백질로 합성되지는 못합니다. 단백질은 전능하여 다른 물질로의 전환이 가능하지만 다른 어떤 물질도 단백질을 보충하고 공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세포대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적정한 양을 섭취하여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4. 호르몬 대사
우리 몸의 많은 내분비기관에서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이 만들어져 분비되고 있는데, 제 할일을 다하고 나면 간에서 '폐기처분'됩니다. 성호르몬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자의 몸에서도 약간의 남성호르몬이, 남자의 몸에서도 여성호르몬이 생성되는데, 자기의 성(性)과 관계없는 것은 간에서 계속 파괴하여 호르몬의 농도를 조절합니다. 그러나 간암 같은 병으로 호르몬 대사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면, 남자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파괴하지 못해 고환이 위축되거나 유방이 커지는 여성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5. 약물 대사
알코올과 니코틴은 물론이고 사람이 먹는 모든 약은 간에서 분해, 수용성으로 바뀌어 배설됩니다. 만일 몇 알 먹은 수면제나 신경안정제가 분해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래서 간은 약만 몸에 들어오면 죽을 맛입니다. 불쌍한 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약을 남용하지 말아야 할 텐데, 술만 해도 10% 정도는 숨쉬기, 땀, 오줌으로 나가지만 90%는 간세포에서 알코올 가수분해효소(ADH, alcohol dehydrogenase)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세포는 매우 괴롭습니다.
마치며
위에서 알아본 5가지 기능 외에도 간은 우리 몸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기관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술, 담배, 육식위주의 식습관 등으로 간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윤택한 삶을 위해서는 간이 건강하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